이 책은 지극히 내향적인 엄마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실제 작가의 아들은 영재 발굴단에 나와 화제를 모았는데 이러한 아이의 특성을 이끌어낸 엄마가 열혈엄마나 활동적으로 아이와 함께 으쌰 으쌰 하는 엄마가 아닌 너무나 내향적인 엄마였다는 점. 어떠한 사교육도 없이 유치원도 7살에 보내고 오로지 가정식 육아로 아이의 천재성을 이끌어낸 내성적인 엄마의 내향 육아에 관한 책입니다.
그동안의 육아서는 아이에 초점을 맞추고, 이에 따른 엄마들의 육아해법이나 고해성사 같은 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내향적인 엄마들의 기질과 이 기질을 해치지 않고 어떤 식으로 육아를 펼쳐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키우면 육아하며 처음 겪어보는 감정선들을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지만 내가 잉태한 소중한 생명체를 책임져야 하는, 그래서 더 욕심내는 순간들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이것이 오롯이 나의 결정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도 느끼고, 두렵고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나는 강한 엄마가 아닌데 내 아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 그래서 더 불안한 엄마들. 엄마 이전의 어른일 때는 적당히 피하며 살 수 있었는데 엄마가 되고 나서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마다 기질이 있듯이 엄마도 기질이 있는데 왜 모두 아이 중심적으로 생각해야만 하는지..
저도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외부로부터의 충전보다는 방전이 더 큰 스타일이라 많이 공감되었고, 현재 책육아를 하고 있기에 책 육아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육아든 일이든 뭐든 꾸준해야 그 열매가 맺히고 성장하듯이 아이도 그렇게 키워야 한다는 점. 그러기 위해서는 넘쳐나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아이와의 일상을 루틴화해야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 아이의 성장만큼 엄마도 똑같이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책 속 내용 발췌)
둘러보면 부러울 정도로 야무지고 행동력 좋은 엄마가 많았다.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어주는 엄마는 의외로 드물었다. 아이 서너 살까지 열심히 읽어주던 엄마들도 다섯 살 이후로는 책에 대한 신뢰와 마음이 식는 걸 심심찮게 봤다. 오늘도 밥을 짓는 꾸준함으로 책을 펼친다. 아이에게 매끼 밥상을 차려주듯 마음의 양식인 책도 그렇게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모의 꾸준함에 아이는 자란다. (p157)
아이의 눈빛은 항상 나를 좇았다. 내가 다른 일에 집중하면 아이는 산만하기 그지없었다. 전화만 붙잡아도 괜한 행동을 하며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짜증을 내고 산만할 때 아이와의 관계를 살펴보라는 조언은 유효했다. 언제나 솔직한 쪽은 아이다. 아이는 문제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답이었다. (p169)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적당한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습관으로 굳히고도 싶었다. 습관적으로 하는 일에는 에너지가 덜 들게 마련이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아이에게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추려 책 읽기와 놀이가 근간인 우리의 일상에 얹어보았다. 모두 그렇게 5년 이상 매일 꾸준히 진행된 것들이다. 다양한 것을 두루두루 다 잘하는 아이는 아니다. 다만,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한 것들을 잘한다. 익숙해진 것을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된 것엔 자신감이 붙은 덕일 테다. (p220)
유아기는 공부를 하는 시기가 아니라 공부 습관을 만드는 시기이다. 이때 중요한 건 부모가 욕심을 버리고 단순해져야 한다는 점 아닐까? 뭐든 단순해야 오래간다. (p222)
반복적으로 경험한 일에는 특별한 교육이나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 아이 안에 쌓인 경험과 책이며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이 맞물려 스스로 깨우쳐나가기 때문이다. 매년 같은 경험을 해도 아이가 내놓는 말과 반응은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 해를 더할수록 깊고 풍부해진다.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스스로 발견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계절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그로부터 무언가를 얼마나 느끼고 누리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p245)
사실 부모의 불안은 아이의 성장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육아의 한 과정이다. 부모도 모든 것이 처음인데 불안할 수밖에. ~불안 후에야 얻는 온기와 고민해야만 얻는 평온이 있었다. 지금 당신 안의 뜨거운 불안도 언젠가는 알맞게 식어질 것이다. (p278)
어쩌면 아이는 정말 그러려고 세상에 온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를 비우고, 살리려고. 가장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것, 그것이 자신의 역린이다. 하지만 인정하고 이해해서, 익숙해진 것은 더 이상 역린일 수 없다. 아이가 들춰낼수록 상처는 아물어갔다. ~융은 감정 뒤에 숨은 그림자를 찾아 반복적으로 사고하면 긍정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나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었다. 아이가 아니었더라면. (p286)
선택과 결정 앞에서 자주 망설인다. 여러 선택지 중 더 나은 것을 따지다 생각의 미로에 갇혀버린다. 작은 결정에도 에너지 소모가 큰 건 그 때문이다. ~아이와의 하루엔 결정해야 할 일이 많다. 뭐 먹지? 뭐 하지? 누구 만나지? 어디 가지?... 사소한 결정에 마음을 다 끌어다 쓰곤 정작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때 텅 비어버렸다. 그래서 아이와의 놀이, 힘들 때 들춰보는 육아서, 식단, 즐겨 입는 옷, 자주 가는 곳, 시간이 나면 할 수 있는 일 등을 메뉴얼화 해두기 시작했다. (p300)
육아하며 느끼 지독한 피로감 덕분에 나를 돌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애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특히 육아라는 극한 상황에서 엄마는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p325)
실제로 많은 분이 육아하며 그렇게 새로운 자신을 만났다고 한다. 새로운 취미나 직업을 갖게 되거나, 삶을 바라보는 틀 자체가 바뀌었다고 한다.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아이를 이해하려 애쓰다 낯선 생각을 얻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정의를 수정하는 커다란 경험을 한다. 나 역시 처음으로 나의 세세한 기호들, 습관들, 지리한 기억의 파편들까지 꺼내 보고 뒤집어보았다. 결코 편하고 느긋한 치유의 시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미래는 바로 그 시간, 외로울 때 무엇을 하느냐에 달린다. 외로운 시절에 운동을 하면 운동선수가 되고, 그림을 그리면 화가가 된다던가. 전문가가 되진 모해도 아마추어나 애호가가 되어 평생의 양식을 가질 수는 있을 테다. (p348)